역설적 간청 그리고 져 주시는 하나님

rollingstone Column

덴마크 태생의 밀턴 에릭슨은 당대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최면술 치료사였습니다. 그에 얽힌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에릭슨이 7살 때, 아버지가 송아지 한 마리를 외양간으로 몰아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고삐를 힘껏 잡아당겨 송아지를 끌어보려 했지만 송아지는 앞발을 떡버티고 서서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본 에릭슨은 깔깔거리면서 아버지를 놀렸습니다. 심통이 난 아버지는 7살짜리 아들에게 고삐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럼, 네가 한번 해 봐!”
에릭슨은 아버지에게 건네받은 고삐를 슬그러미 내려놓더니, 쪼르르 송아지 뒤로 가서는 고삐대신 송아지 꼬리를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꼬마 에릭슨이 꼬리를 잡아당기자 송아지는 ‘매애~’ 하면서 즉시 앞으로 달려 외양간 안으로 달려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40년 후, 에릭슨은 환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회복하도록 이끌기 위해서 완곡한 간청의 방식인 “에릭슨 최면”과 “역설적인 간청” 이론을 고안해 냈습니다. 청개구리 심보를 역이용하는 것이 때로는 옳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본능적으로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사항을 어기는 심인성 질환자들의 경우, 오히려 바른 처방과 반대되는 요구를 하거나 그들의 고집스런 청개구리 행동을 더 부추김으로써 의식의 분발을 야기시키는 것입니다.
그의 이론은 일상에서도 흔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방을 어지럽히면 부모는 청소를 하라고 말하죠. 그러나 아이들은 말을 안듣기가 십상입니다. 이 때 부모가 덩달아 장난감들을 가지고 방을 더 어지럽히면 보다 못한 아이들은 이제 그만 어지르라고 말하며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데, 에릭슨의 간청법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함께 방을 어지르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이러다 결국 방청소를 하도록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과 싸워야 합니다.
짧은 순간의 불안함에 꼬리를 내린다면 방은 더 난장판이 된 채로 끝날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 녀석의 청개구리 심성은 절대 안 고쳐질 거야.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어.’ 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솔직히, 항상 정답을 말하고, 바른 길을 제시하는 데 익숙한 자리에 서 온 저로서는 쉽지 않은 자세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어찌보면, 고집 센 우리 인간들에 대해서 하나님께서도 이런 방법을 쓰실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어이 하나님을 이겨 먹으려고 하는 심보를 훤히 아시면서도 오히려 그것을 들어주시는 것 같아 보이는 은혜를 종종 경험합니다. 어느 목사님이 말씀하신 “져주시는 하나님”이란 말이 맘 속에 문득 떠오릅니다. 여느 아빠들처럼, 저녁에 귀가해서 아들 녀석과 씨름을 하곤 합니다. 승자는 항상 아들이지요.
주변에 청개구리 심보의 사람들이나 자녀들이 있으시다면, 그런 모습을 너무 앞에서 당기려고만 하지 마시고, 옆에서 혹은 뒤에서 당겨보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